‘다양성’이란 말은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교육에서도 매우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자고 하면 이에 대해서 반대되는 의견을 표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다양함을 긍정적 함의를 가진 단어로 전제한다면 그 반대에는 획일성이란 말을 떠올릴 수 있다. 획일화된 교육을 찬성 할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지만 교육에서 다양화가 뜻하는 함의는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만약에 다양성이 일종의 차별로 받아들여지거나 복잡성의 의미로 이해되기 시작하면 사회적으로 부정적 함의가 꽤 크게 나타나기도 한다.
이른바 학생부종합전형이 일부 사람들에게 ‘깜깜이 전형’이란 비난을 받은 것도 다양성이 복잡성의 의미로 이해되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학력고사 시절 커트라인이 몇 점이라고 하던 시절의 기억으로 현행 입시를 바라볼 때 각종 수시 전형은 정말로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성으로 보였을 가능성이 높다. 복잡성이 입시 정보 격차를 가져오고 실제 입시 결과의 격차를 불러 올 것이란 두려움으로 전환된 것이다.
교육에 있어서 다양성은 매우 필요하고 당위적 차원에서도 부정될 이유가 하나도 없지만, 현상적으로 이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나타나는 것에는 이런 현실적 상황이 있다. 문제는 그 현실적 상황에 대한 불만이 실재하는 교육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에 존재하는 모순이 투영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일 것이다.
이 글에서는 21세기 교육에서 다양성이 심화되는 과정과 이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을 고찰하고, 그에 대한 반작용이나 후퇴가 이뤄진 과정을 살펴보면서 한국 교육에서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어떻게 지켜 나가고 발전시킬 수 있는지 교사로서 경험한 개인적 교육 생애사와 연관 지어서 고찰해보고자 한다.
처음 교직에 들어온 게 월드컵 4강 신화의 기적이 있던 2002년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공립학교 교단에 서기 위해서는 임용고사라는 공개경쟁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당시만 해도 아직 인터넷 강의가 전면적으로 보급되기 전이어서 노량진 고시 학원가에 가서 교육학과 전공 강의를 들으며 시험을 대비하였다. 몇 백 명을 좁은 강의실에 닭장처럼 몰아넣은 곳에서 많은 수험생들이 공부를 하였다. 강사는 설명을 하고 수강생들은 각자의 노트에 필기를 열심히 받아 적는 전형적인 고시 문화가 미래의 교사들을 키워내고 있었다. 21세기의 학생들을 가르쳐야 할 교사들을 뽑는 시험을 대비하는 곳이었지만, 여전히 20세기의 획일성이 교사 임용 문화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