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대한민국을 벗어나 다른 문화권에 거주한 후 한국에 돌아오면서부터 나와 다른 것에 배타적인 한국의 획일적인 집단의식에 때때로 숨 막히는 것을 경험했다. 그래서 그 어느 곳보다 대한민국에 다양성이 공존하기를 바라 왔다. 타인의 삶을 감히 멋대로 짐작하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어리석은 시간 낭비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은 그 끝이 꽃길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성장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지금의 시대정신에 다양성이 중요한 키워드인 것이, 이 사회가 진화하면서 성장하는 것이라 믿기에 기쁘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이기적인 동기와 선택적인 방책으로 다양성의 가치를 차용하는 사람들도 많아지는 것 같다. 다양한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관습과 규칙을 어기면서 다양성 하에 자유를 주장하는 사람들. 이를 바로잡으려는 사람을 요즘 말로 ‘프로 불편러’ 취급을 하며 오히려 본인들이 피해자인 척을 하는 사람들의 출현에 혼란스러울 때가 많아졌다.
다양성의 전제는 어우러져 살기 위함이고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권리를 짓밟는 것이라면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존중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 또한 막상 다양성에 대해 글을 쓰려고 하니 내 스스로가 얼마나 위선적인지 느껴져 부끄러운 마음이다. 내게 다양성이 중요해질수록,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을 포용하는 마음은 작아져 가는 것만 같아 어렵다.
점점 더 복잡해지는 세상 속 우리에게 필요한 인재는 불확실성 가운데에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더 이상 미래에는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다른 방식을 적용할 수 있는 유연한 사람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회사의 청소년 교육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하드 스킬(hard skill) 이외에도 21세기 미래 인재가 소유해야 할 소프트 스킬(soft skill)인 4C 능력-창의력(creativity), 소통 능력(communication), 협업 능력(collaboration), 비판적 사고력(critical thinking)-등이 포함되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것들이 타인의 입장에서 상상해 보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한 다양성 가치의 실현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나올 이야기들은 회사 생활 10년 차가 되던 해에 번아웃이 온 내게 휴식과 채움의 시간을 주기 위해서 경력직 행정학 석사 과정(Executive Master of Public Administration)을 밟았던 시기의 경험들이다. 언뜻 일관성이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이 모든 경험 이후 내가 개발하고자 했던 것은 내가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할 수 있는 용기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상대를 배려하는 품격을 키우고,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다양성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다양성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맞닥뜨린 당혹스러움과 나와 너, 우리가 모두 철저하게 틀렸을 수 있음을 깨닫게 한 교육의 순간들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