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하지
않음에
질문을 던지다
윤석원
사회적기업 테스트웍스 대표.
2000년대 초 미국에서 직장 생활 및 학업을 마치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한국 대기업에 입사하여 한국의 IT 생태계를 접하게 되면서, 필자는 미국과는 다른 특이한 현상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첫번째는 여성들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었습니다. 당시 실무자 수준에서도 여성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부서 내 10퍼센트를 넘지 않았습니다. 여성 엔지니어 출신의 임원도 찾기 힘들었습니다. 사석에서 남성 임원들에게 여성 엔지니어와 일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를 물어보면 “여성이어서 불편하다”, “육아 등으로 인해 회사 생활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회사를 그만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실제 여성의 소프트웨어 분야 참여는 남성에 비해 현저히 낮습니다. 2015년 기준으로 1) 국내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74.6%로 남학생(67.3%)보다 7.4%높고 여성 고용율도 49.9%에 달했지만, 국내 소프트웨어 관련 전공 학위를 취득한 여성의 비중은 18.8%에 그쳤습니다. 졸업 후에는 직종 전환, 출산 및 육아 등 다양한 이유로 소프트웨어 분야 직군의 여성 비중이 12.5%로 더 낮아집니다. 2) 미국 22.9%, 영국 19.1% 등 다른 나라의 소프트웨어 분야 종사 여성 비율과 비교해도 낮은 수치이며, 우리나라 STE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 Mathematics) 분야의 젠더 다양성 수준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력단절 여성 중 상당수는 대졸 이상입니다(서울시 경력단절 여성의 경우 75.3%가 대학 졸업 이상). 3) 이들이 사회 복귀를 위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관련 기관에 문의하는 경우 일반 사무원, 요양보호사, 조리사, 보육교사, 사회복지사 등 이전 경력과 상관없는 직종을 권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경력 단절 전 전문성 있는 분야에서 일해 온 고학력 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4)
   두번째, 보이지 않는 장벽과 차별은 여성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국가의 장애인 의무 채용 제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역시 STEM 분야 회사에서 거의 찾아보기가 어려웠습니다. 국내의 대표적인 ICT 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우, 2017년도에 2,800명의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약 1,500명만 고용하여 429억 원을 고용부담금으로 납부했으며 5년 연속 장애인 고용 부진 1위의 불명예를 차지했습니다. 5) 공공기관으로서 장애인 고용 의무에 충실해야 할 STEM 분야 국내 출연연구소의 경우, 장애인 고용 비율이 1.65%(2017년 기준)에 불과해 의무채용 비율 3.2%의 절반 정도에 그쳤습니다. 6)
   오랜 기간 동안 국내외 대기업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한 필자는 위에서 언급한 STEM 분야의 다양성 문제를 중간 관리자의 입장에서 해결하고자 노력했지만,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먼저 대기업의 실무 책임자는 가시적인 성과가 보장되지 않는 한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에 심한 거부감을 나타냈습니다. 경영진이 자사 소프트웨어 테스터와 개발자의 1%를 발달 장애인으로 고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SAP 등의 사례 7) 와는 달리, 경영진 지원 없이 대기업 중간관리자가 사내에서 다양성을 위한 여러 실험을 추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필자가 높은 연봉이 보장된 안정된 대기업을 떠나 STEM 분야의 다양성을 실험하고 실천하기 위해 사회적기업을 창업하기로 결심한 이유입니다. 필자가 2015년 테스트웍스를 설립하면서 입증하고자 했던 가설은 “잠재력 있는 다양한 집단(경력단절 여성, 장애인 등 주변화된 집단)이 STEM 분야 내 적합한 직무를 찾아 적절한 직업 교육과 사회적응 훈련을 거친다면 지속성장이 가능한 양질의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회적 문제를 기업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적 경제를 접한 후, 다양성을 확보한 STEM 분야 사회적기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여러 실행 방안을 고민하게 됐습니다.
다양성을 실천하는 지속가능한 사회적기업: 실행 방안
국내에는 약 2,300여 개의 사회적기업이 있으며 약 4만 5천여 명의 근로자들이 사회적기업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 중 약 60퍼센트인 2만 8천여 명이 장애인, 고령자, 저소득층 등 고용노동부에서 분류한 소위 취약계층입니다. 8) 사회적기업의 근간이 된 사회적기업 육성법은 애초부터 자활 기업의 연장선에서 취약계층 고용을 촉진하려는 의도를 강하게 내포했습니다. 그러나 취약 계층을 채용하고 활용하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시간과 비용도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상당수의 사회적기업이 인적 자원에서 경쟁 우위를 갖지 못하고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합니다. 취약계층을 고용한 기업은 종종 노동생산성 저하나 원가 절감 실패로 경쟁력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게 됩니다.
   이러한 사회적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필자는 테스트웍스의 고용 대상을 ‘취약계층’이 아닌 ‘잠재력이 있지만 기회를 가지지 못했던 분들’로 정의하며 이분들이 가진 한계와 제약보다 장점에 주목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STEM 분야의 지속가능한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장점 기반의 직무개발 및 교육 제공, 시범 프로젝트 적용 및 고객 만족 확보, 성장을 중시하는 조직 문화 구축이라는 실행 방안을 정하며 이를 실천하기 시작했습니다.


실행 방안 1 장점 기반의 직무 개발 및 교육 제공

사례➊ 소프트웨어 테스터
STEM 영역에서 소프트웨어 분야는 요구 사항 분석, 설계, 구현(coding), 검증(testing) 등의 공정 과정을 거쳐 제품을 출시하며, 소프트웨어 규모가 커질수록 여러 직무의 엔지니어를 필요로 합니다. Microsoft 등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 직군은 SW 제품 개발을 위해 요구 사항 분석 및 프로젝트 관리를 하는 프로그램 매니저(PM, Program Manager), 요구 사항에 맞게 소프트웨어를 설계하고 구현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SDE, Software Development Engineer), 구현된 소프트웨어가 요구 사항에 맞게 개발되었는지 고객과 사용자 입장에서 검증하는 소프트웨어 테스터(STE, Software Test Engineer) 등으로 구분됩니다. 테스트웍스는 이 중 소프트웨어 테스터 직무가 경력단절 여성과 장애인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소프트웨어 테스트는 대부분 짧은 시간에 대규모로 이뤄지며, 반복적 실행과 사용자 입장의 시스템 분석이 필요한 객관적인 검증 과정입니다. 따라서 제품의 명세와 요구 사항을 구조적,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논리력, 제품에 대한 호기심과 고객의 입장에서 제품의 결함을 찾아내는 공감 능력 및 창의력, 결함이 수정될 때까지 개발자 및 프로그램 매니저를 설득할 수 있는 소통 능력 등이 요구됩니다. 경력단절 여성들이 보유한 사용자 중심의 직관적인사고, 우수한 소통 능력, 업무에 대한 책임감 등이 소프트웨어 테스터 직무와 부합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사례➋ 인공지능 데이터 라벨러(Data Labeler)
장애인과 소프트웨어 분야 직무의 적합성과 관련해서, 덴마크의 사회적기업인 스페셜리스테른(Specialisterne) 의 성공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페셜리스테른은 월등한 지능, 관찰력, 집중력, 반복 작업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자폐 장애인을 소프트웨어 테스터로 교육한 후, SAP의 소프트웨어 테스터로 취업을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테스트웍스도 자폐 장애인의 장점에 주목하고 외국계 회사 A사와 함께 자폐 장애인 취업을 위한 소프트웨어 테스터 양성 교육을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테스터의 경우 보안 상의 이유로 실제 개발자와 같은 공간에서 근무해야 하는 제약이 있어, 국내에서 자폐 장애인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테스터 직무를 개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자폐 장애인의 장점을 살리면서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다른 직무를 물색하게 되었고, 새롭게 발굴한 직무가 바로 인공지능 데이터 라벨러입니다.
   인공지능 데이터 라벨링은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 형태로 변형하거나 가공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사람은 자동차가 찍혀 있는 사진을 보면, 사진 속 사물이 자동차라는 사실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컴퓨터는 이를 자동차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진 위에 자동차의 위치와 크기를 입력하고, 그 위치와 크기 안에 있는 이미지를 ‘자동차’라고 표시해 주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바로 데이터 라벨링입니다. 9) 데이터 라벨링은 난이도가 낮고 반복적인 작업이 많아 ‘AI 눈알 붙이기’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가공된 데이터를 학습하기 때문에, 정확한 데이터 라벨링과 고품질 데이터셋은 인공지능 학습률 및 성능 향상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데이터 라벨링 업무의 특성이 정확하고 정직하며 반복 작업에 쉽게 질려 하지 않는 자폐 장애인의 장점과 잘 부합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2016년 국내 최초로 자폐 장애인을 위한 데이터 라벨러 직무를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경력단절 여성과 자폐 장애인에게 적합한 직무를 발굴하면서 병행돼야 하는 일은 이분들에게 적합한 교육을 제공하는 일입니다. 경력단절 여성의 경우, 40대 이상으로 10년 이상 경력 단절을 겪은 분들이 대부분이며 소프트웨어 분야를 처음 접한 경우도 많기 때문에, 기초 이론을 쉬운 내용으로 풀어서 교육하고 동일한 내용을 실습과 함께 3번 이상 반복해야 했습니다(소프트웨어 테스트 교육의 경우 약 200시간이 소요되며 60% 이상이 실습으로 구성). 이러한 반복 교육을 통해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내용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됩니다.
   자폐 장애인의 경우, 더 긴 기간의 실습을 통해 업무에 대한 규칙적인 습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론 교육을 제외하고 학습자의 발전 속도에 따라 3개월에서 6개월 정도까지의 실습 기간을 거치며, 규칙적인 출퇴근 시간엄수, 업무 시간과 휴식 시간 준수, 균질적인 업무 성과 여부 판단 등을 통해 교육 성과를 측정했습니다. 특히 자폐 장애인의 경우 규칙적인 생활 습관이 업무 성과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부모님을 대상으로 수면, 식사, 운동 등의 규칙적인 생활 습관에 대해서도 확인하였습니다.


실행 방안 2 시범 프로젝트(Pilot Project) 및 고객 만족 확보

적합한 직무를 개발하고 교육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이분들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는 고객을 확보하는 일이었습니다. 대기업 엔지니어로 근무하면서 한 번도 영업을 해 본 경험이 없는 필자에게 기업의 사회공헌 관점이 아닌 실제 실무에서 취약계층을 활용하는 사례를 만들기 위해 고객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외국계 회사인 H사의 부장님을 소프트웨어 테스트 관련 세미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그분은 프로젝트를 관리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 중 하나가 숙련된 인력의 이탈이라고 했습니다. 외주사의 테스트 인력이 1-2년의 근속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나가는 사례가 많아 연속적인 프로젝트 관리가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필자는 경력단절 여성 대상 테스터 교육에 대해 소개하면서, 교육을 수료한 분들의 재취업 의지와 근면함, 그리고 사회 복귀에 대한 절박함과 경험을 쌓고자 하는 열망 때문에 장기근속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 결과 H사로부터 경력단절 여성이 참여할 수 있는 3개월의 시범 프로젝트 기회를 얻었고 교육생 중 세 분이 참여하게 됐습니다. 3개월 동안 이분들이 보인 업무 이해력, 근면성, 책임감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아, 우리 회사는 경력단절 여성으로 구성된 테스트팀으로 H사와 정식으로 계약을 맺게 되었습니다.
   인공지능 데이터 라벨링 사업의 경우, 2주 정도의 단기적인 시범 프로젝트를 거친 후 바로 고객과 계약을 하여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고객사인 S사 대표께서 우리 회사의 사회적 가치에 크게 공감하여 자폐 장애인들이 업무에 투입되는 데이터 라벨링 외주 계약을 맺고 업무가 진행됐으나, 약 2개월 후 고객사 PM의 피드백이 좋지 않아 계약이 해지되는 위기 상황이 왔습니다. 시범 프로젝트 기간 동안 보여준 자폐 장애인의 업무 성과를 믿고 본 사업이 시작된 후에 데이터 가공 결과를 별도의 검수 과정 없이 바로 고객사에 전달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데이터 라벨링 업무 결과의 품질이 일정치 않아 고객사 PM이 재차 검수하는 일이 많아지자 결국 계약 해지 의사까지 밝히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고객의 불만을 접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실행하고자 하는 진정성보다 우리가 수행하는 업무의 품질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 후 우리 회사는 태스크포스를 가동하여 고객사에 최종 산출물이 전달되기 전까지 과정 전반을 검토하며 품질을 높이기 위한 개선 사항을 파악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고객사 PM에 대응하기 위한 자체 PM을 선정하여 고객과의 소통을 원활히 하였습니다. 자폐 장애를 가진 사원들의 일일 성과 관리, 자가 리뷰, 동료 리뷰 등을 통해 라벨링을 마친 데이터의 초기 품질을 확보하고, 고객에게 데이터가 전달되기 전 검수자가 리뷰를 통해 최종적으로 품질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자폐 장애인들의 업무 성과가 규칙적인 생활 관리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경력단절 여성을 데이터 라벨링팀의 관리자로 배치하여 자폐 장애인과 함께 업무를 수행하며 그들의 생활 관리를 돕도록 하였습니다. 소통 능력이 뛰어난 경력단절 여성의 장점과 정확함, 세부 사항에 대한 높은 집중력을 보이는 자폐 장애인의 장점을 결합한 것 입니다. 경력단절 여성과 자폐 장애인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장점이 업무 체계 안에서 통합되어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키면서 업무 생산성이 높아졌습니다. 데이터 품질도 향상되어 고객의 만족도도 높일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품질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던 S사가 장기 고객사로 전환됐고 현재까지도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실행 방안 3 성장을 중요시하는 조직 문화 구축

회사가 성장하고 직원들이 다양해지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직원들이 테스트웍스에서 일하는 의미와 이유를 명확히 이해하고 회사의 핵심 가치를 공유하여 이를 끊임없이 실천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테스트웍스의 슬로건(“Growing with Employees, Customers & Society”)처럼, 개인의 성장이 고객의 성장으로, 고객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회사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이다 보면 직원들이 조직을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것에 기여할 수 있다는 공감과 헌신이 필요했습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이 회사의 미션, 설립 목적 그리고 행동 강령을 명문화하고 직원들과 회사의 핵심가치를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회사의 미션은 무엇인가요?
  • 충분한 잠재력을 가졌지만 좌절했던 이들에게 스스로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자부심과 성장의 기쁨을 느끼게 한다.
  •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테스트하고 우리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한 기술 기반의 사회적기업이다(We are a Social ICT company to test ourselves and attest to ourselves).
우리 회사는 어떠한 목적으로 설립되었나요?
  • 우리는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입니다. 우리는 일자리가 곧 밥벌이가 아니며(즉 경제적인 보상이 유일한 보상 기제가 아니며), 나답게 사는 기회, 나를 증명하는 기회, 품격 있는 삶의 기회, 성장과 자아실현의 기회라고 믿습니다. 따라서 우리 회사는 다음과 같은 다섯 번의 기회 선순환을 통해 차별 없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1) 발견: 적성에 맞는 전문 직무의 발견 기회
2) 준비: 현실적 역량을 갖출 수 있는 교육 기회
3) 경험: 유급 경제 활동 기회
4) 성장: 사회적, 직무적 성장 기회
5) 확장: 능동적 이타적 삶의 기회
우리 회사의 행동 강령(The Code of Conduct)은 무엇인가요?
1) 협업(Collaboration): 우리는 각자의 단점에 주목하기보다 장점을 기반으로 시너지를 만들기 위해 최고의 팀워크를 만듭니다.
2) 임팩트(Impact): 우리는 우리의 직원, 고객 회사를 위해 실질적이고 정량적인 임팩트(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며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참여합니다.
3) 변화(Transformation): 우리는 우리의 변화와 발전을 위한 어려움과 도전을 피하지 않습니다.
4) 성장(Prosperity): 우리는 더 많은 다양한 분들에게 더 많은 공정한 기회를 드리기 위해 성장합니다.

   회사의 핵심 가치를 공유하면서 성장을 중요시하는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회사 차원에서 직원의 개인 성장을 독려하는 한편 성과 중심의 공정한 보상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직원의 개인적 성장을 독려하기 위해, 단순히 회의에서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외에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예컨대 주기적인 커리어 개발 워크숍에서 각자의 커리어 비전 선언문을 작성하여 본인이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 한 해 업무를 계획하는 시기에 업무 목표 및 수행 계획과 함께 개인적 커리어 비전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관리자와 협의하도록 독려했습니다.
   열심히 노력하며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성과를 내는 직원들에 대한 적극적인 보상과 칭찬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초기 기업의 특성에 맞게 연공서열보다는 업무 성과 및 역량 성장 속도에 따라 보상하고, 필요시 성과가 좋은 직원들을 관리자로 승진시켜 다른 회사 동일 연차 대비 더 많은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양성 실천의 긍정적 효과
창업 후 2년 동안 다양성 기반의 고용을 창출하고 초기에 세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실행 방안을 실천하며 증명된 효과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째, 파일럿 프로젝트의 성공을 바탕으로 초기 고객과의 신뢰를 구축했다는 점입니다. 앞서 사례로 언급했던 소프트웨어 테스트 분야의 H사와 인공지능 데이터 라벨링 분야의 S사의 경우, 첫 계약 후 1년 이내에 프로젝트 규모가 확장되며 장기 계약으로 전환되었습니다. 둘째,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던 취약계층 고용의 확대입니다. 2017년 경력단절 여성 5명, 발달장애인 3명, 청각장애인 1명을 더 고용하면서 2016년 대비 취약계층 직원의 수가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또한 청년 6명(여성 엔지니어 2명 포함), 전문인력 1명 등을 추가로 고용하며 인적 구성의 다양성을 높였습니다. 셋째, 직원의 장기근속을 통한 업무 숙련도 확보입니다. 3개월 실습 기간 내 퇴사자를 제외한 취약계층 직원 보유율은 약 90% 이상이며, 늘어난 근속 기간에 따라 업무 숙련도가 높아지고 생산성 및 품질이 향상되어 가격 경쟁력과 고객 만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기술을 기반으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다양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사회적기업도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경제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회적기업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영업 활동을 통해 꾸준한 매출을 발생시켜야 합니다. 기업의 외형적인 성장이 이루어져야 사회적 가치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테스트웍스는 이러한 측면에서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성장을 동시에 실현하고 있는 국내 대표적인 사회적기업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테스트웍스의 매출은 매년 2~3배 이상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2016년 2.5억 → 2017년 6.1억 → 2018년 13억 → 2019년 45억), 2020년 현재 고객사도 약 80여 개 기업으로 늘어났습니다. 이 가운데 인공지능 데이터 라벨링 사업의 경우 약 80퍼센트 이상의 고객이 프로젝트 재계약을 통해 장기 고객으로 전환되어 안정적인 매출 확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테스트웍스가 STEM 분야 사회적기업으로 자리 잡으면서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 경제적인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기업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은 필수적인 전략이 되고 있습니다. 다양성은 곧 혁신과 성과 확보와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혁신을 위해서는 새로운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질문하여 답을 찾아가는 용기와 창의력이 필요합니다. 다양성이 결핍된 동종 집단은 매번 동일한 질문을 반복적으로 할 가능성이 높지만, 다양성이 풍부한 집단은 다른 관점과 시각에서 새로운 질문을 던지며 답을 찾아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기업은 능력 있는 직원을 더 많이 채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 전 세계의 글로벌 기업이 군집해 있는 실리콘밸리에서 다양한 인종의 엔지니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Apple, Google, Microsoft 등과 같은 기업들은 다양성 확보를 위한 채용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다양성 확보가 곧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성별 다양성을 추구하는 회사(gender-diverse company)는 그렇지 않은 회사보다 약 15퍼센트 이상의 높은 성과를 내고 있으며 인종다양성을 추구하는 회사(ethnically-diverse company)는 그렇지 않은 회사보다 약 35퍼센트 이상 높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10)
다양성을 통해 답을 구하다
경력단절 여성, 장애인, 취약계층 등의 용어에는 이들을 수혜자로 바라보고 상대적인 열등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시각이 담겨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꼬리표는 무의식적으로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나 편견을 떠올리게 하고, 함께 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복지의 수혜자로 분리해서 다뤄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게 합니다. 우리가 ‘다양성’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다름’이 ‘틀림’이나 ‘불가능’이 아니고 단지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색다른 강점과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게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자폐 장애를 연구하는 일부 학자들은 자폐 장애를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의 한 범주로 인식하며, 병리학적 관점에서 ‘뇌가 고장 난’ 사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물과 분석 능력에 특화된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바라봅니다. 11)
   실제 발달 장애인들과 함께 업무를 해 보면 이분들의 관심사는 사람보다 사물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우리가 우리의 관심을 한 극단에는 사람, 다른 한쪽 극단에 사물로 놓는다면 대부분 독자들의 관심사는 사람과 사물의 가운데에 존재할 것입니다. 사람에 조금 더 관심 있는 분들은 친화력이 좋고 공감 능력이 뛰어납니다. 이와 반대로 사물에 관심 있는 분들은 사물에 대한 강한 집중력을 보이며 사물을 분해하고 체계화하는 것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합니다. 토마스 암스트롱(Thomas Armstrong)에 따르면, 공감은 예측 가능한 것이 아니며 확실성도 떨어집니다. 반면 체계는 예측할 수 있고 제어할 수 있습니다. 이 사물과 체계 영역의 가장 극단에 있는 것이 자폐 장애인들입니다. 자폐 장애인들은 특정 대상에 대해 유별난 관심을 보이며, 지하철 역사를 빠짐없이 외우거나 특정 연도와 날짜의 요일을 빠르게 계산하는 등 뛰어난 암기력 및 수학적 자질을 나타냅니다.
   이렇게 사물에 대한 관심에 치우친 사람들에 대해, 우리는 ‘공감 능력과 사회성이 부족하고 우리와는 다른 상식 체계를 갖고 있다’며 선을 긋고 자폐(自閉) 장애인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사람에 대한 관심에 치우친 다른 극단의 사람들, 즉 체계화 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분들을 과도공감 장애인 혹은 타폐(他閉) 장애인이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자폐 장애인이라고 구분하는 것 자체가 우리와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잠재력이 있지만 기회를 가지지 못한 분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경제적인 자립을 지원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다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사고 체계 자체를 전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은 개인의 선행과 도덕 관념의 차원을 넘어서 기업과 정부, 사회 영역으로 확산되어야 하며, 선택 사항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할 일이 되어야 합니다.
목차
다양하지 않음에 질문을 던지다
인구 변동과 다양성
듣기
화면 설정
arrow_drop_down
  • 돋움
  • 바탕